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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독불장군이라고 할까 싸이코라고 할까?

최근에 출판 관련 해서 뭘 좀 알아볼 게 있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 출판업계에 일하는 사람이 없나 생각해봤는데 대학 때 동아리 선배 하나가 생각나더군. 연락을 안하니까 아직도 거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꽤 유명한 출판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 선배는 소위 말하는 독불장군기질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한테만 시비를 걸었다. 아마도 자기가 생각하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모양이고 거기 기준에 안맞는 사람은 "틀렸다"로 판단을 해서 그리 가르치려 들었던 건지 모른다. 그런데 시비거는 기준이 뭔지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딱히 그 사람에게 관심은 없어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어떤 현상을 전체적으로 봐야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애써 무시하는 유형이었던 것 같다. 사람이 보통 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3 standard deviation from the mean 이런건 좀 아니잖아. 종교적인 성향이 좀 심한 사람이었다. 본인은 아마 기억도 못하겠지만, 나를 대놓고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군대를 다녀오더니 그토록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에서 정 반대로 가버리더군. 참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진 않았다. 소위 "상식"이라는 게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은 그놈의 "싸이코 기질"이 이쪽으로 저쪽으로 튀었다 하는거니까 그게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고 해서 별로 놀랄 게 없는거지.

군대 갔다온 이후로는 나한테 시비는 안걸었고, 대신 나랑 지금 친하게 지내는 후배로 그 타겟이 옮아갔다. 그리고 그 후배도 보면 나하고 좀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그 선배는 자기만 생각이란 걸 하고 살고, 나머지는 생각없이 산다 이런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했다. 그래서 나나 그 후배처럼 별로 showing off도 하지 않고 별로 심각한 척 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 없는 속된 무리로 정의하고 뭔 자기가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행동한게 아닌가 싶긴 하다.

그런데 나중에 되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우리 아들이 최고다." 소리만 듣고 자랐단다. 어릴 때 나름대로 공부는 좀 했을거고 딱히 말썽 안부렸으면 저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저 말을 진담 정도가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런 믿음을 구축해온게 아니었을까 싶다. 회사에서도 보면 그냥 말단 직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 "넌 잘하고 있어" 이러면 이게 진짜 자기가 잘해서 그런 소리를 듣는 걸로 착각하고 하던 짓 계속 하는 걸 가끔 본다. 그거랑 비슷한게 아닐까.

하여간 출판업계에 아는 사람이 하나 있긴 한데, 난 이 일로 그 사람에게 연락하진 않을거다. 괜히 연락했다가 뭔 피곤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한건 "기본", "상식"이라는 거라는 걸 나이가 들 수록 더 깊게 느낀다. 그게 안갖춰져 있는 사람은 지금은 "근본 없음"이 좋은 방향으로 튀어서 별 문제 없을지 몰라도 언젠가 나쁜 방향으로 튈 수 있다. 이게 무서운건 나쁜 방향으로 튀어놓고도 "근본"이 없기 때문에 이게 나쁜건지 아닌지도 모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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