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통일교와 한국 기독교

미국에도 대형 종교단체들이 있어서 내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통일교가 한국의 종교지도자들에게 롤모델로써 어느정도 역할을 한 것 같다. 특히 종교사업 복합체라는 면에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아는 어떤 종교가 있다. 순복음교회처럼 거기도 대형 교회다. 그리고 통일교처럼 사업을 많이 한다. 가끔 보면 종교를 위한 사업인지, 사업을 위한 종교인지 헷갈릴 정도다.

교주가 하는 사업체들이 여럿 있고 신도들이 낸 헌금은 그 사업체로 열심히 흘러가는 구조다. 헌금 외에도 채권 발행이나 주식 발행으로 신도들의 돈을 사업체로 끌어들였을 것이 뻔하다. 또한 사업체의 매출은 주로 신도들 대상으로 올린다. 매출 구조만 보면 꼭 다단계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건이 좋다면 그냥 공개된 마켓에 내다팔면 될텐데 꼭 신도들 중심으로 매출을 올린다. 그렇다보니 물건도 조금 의심스럽다. 주 품목은 딱히 효과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지만 가격은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기구이다.

그리고 사업체에서 이익이 나면, 거기 투자한 사람들한테 떨어지는게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주가 가장 이익을 많이 보게 된다. 손해가 나서 회사가 휘청거리면 신도들에게서 헌금을 받아 충당한다. 그러다보니 사업은 방만할 수 밖에 없다. 신도들에게 손 벌리는 일이 자주 생기는게 우연이 아니다. 사실 교회와 사업체가 한몸이나 다름없어서 교회에 한자리 하는 사람들은 다들 그 사업체에서 또 한자리를 하고 있다. 나중에 보니 그 사람들의 공부도 못하는 자식들은 다 해외유학을 보내놨더라.

뭐 그냥 교주와 그 주변 사람들이 특별히 어떤 관심 분야가 있을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 사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보다는 신도들 돈을 더 끌어가는 목적이 크다고 봐야 된다. 신도들이 밖에서 쓰는 돈을 다 교회 수뇌부들이 눈독을 들이다보니 사업체는 점점 문어발 식이 되어간다. 주로 consumer product를 다루는 쪽으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다. 이게 우연이 아닌거다.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종교단체는 신도들의 헌금으로 운영이 되지만, 여긴 신도들 헌금, 사업체 투자, 사업체에서 신도들 대상으로 발생하는 매출 이렇게 신도들의 돈을 끌어간다. 당연히 일반적인 교회보다 객단가가 잘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신도들을 그 사업체에서 공짜로 부려먹을 수도 있다. 믿음 좋은 젊은 애들을 아주 싼 값에 채용할 수도 있고, 대학생 애들은 그냥 공짜로 쓴다. 보통 회사에서 애들을 부려먹고 돈을 안주면 문제를 느끼겠지만 거긴 그런 것도 없다. 교회 행사 있으면 애들이 공짜로 일을 많이 하지 않나. 신도들도 거의 사업체와 교회를 구분하지 않는 수준이 되어서 거기에 거부감도 없게 된다. 신도들은 거기서 무슨 대단한 영적 경험을 한 듯 호들갑을 떨며 기꺼이 자원봉사에 동참한다.

애플같은 회사는 정말 훌륭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리더 자리에 있어야 된다. 그런데 이런 건 그렇지 않다. 그냥 신도들이 믿음 하나로 돈을 몰아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하게 돈버는 사업체를 그냥 남 주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다. 그래서 한국 교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세습이 여기서도 일어난다.

별 능력도 없는 자식이 먹고 살거리를 만들어주려고 한다면 일단 사업체를 하나 떼주는 방법이 있다. 교회로 치자면 분당지교회를 하나 만들어주고 그 지역 교인들을 거기로 보낸 다음 자식을 거기 오너로 앉히는 것이다. 그런데 워낙 중앙집중적인 구조를 만들어놔서 이게 안되는 상황이면 그냥 자기가 은퇴하고 자식에게 통째로 물려주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정리해야 될 문제가 있다. 자식이 완전하게 take over하게 만들려면 서열이 좀 높은 사람들을 쳐내야 된다.

이건 두고봐야 아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거다. 그리고 어느날 예상대로 교주의 자식이 자리를 물려받는 일이 생겼고 그 단체 내에서 나름 서열이 높은 사람들은 다 쫓겨났다. 종교단체는 참 이런 것도 쉽다. 쫓겨나는 이유는 '어느날부터 성경을 이상하게 해석하더라'인데 정작 그걸 직접 들은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사실 종교라는 건 성인들의 말씀을 따라 그들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본질이 아닌가 싶다. 이런 본질을 가진 단체는 이권을 나눠먹는 조직과는 흘러가는 모양새가 달라야 정상일 것 같다. 기본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게 그냥 저걸 사업체로 가정하는 게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프레임웍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