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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스승의 날 특집 - 전교조에 대한 단상

기말시험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뭐 사실 지금도 CFA 준비로 정신이 없다. 한국에선 어떤 국회의원 하나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사건이 있었고, 며칠 전이 스승의 날이었다.

나도 한국에서 자그마치 학교를 초-중-고-대 + 석사 한학기 이렇게 다녔으니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한명은 자기 이익과 일치되는 방향으로 가고 다른 한명은 반대로 갔다고 하자. 자기 이익에 따르는 일을 한 사람은 그게 옳고 그르고 전에 일단 incentive가 있으니 했겠지. 그럼 반대로 간 사람은 왜 갔을까? 이 경우에는 대의명분 혹은 자기 양심을 따르는 일일게다. 기타 뭔가 다른 이익이 있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남이 잘 모르는 이익도 이익은 이익이니 여기서 빼고 기타 그 새끼가 병신 또라이라서 그렇다 등은 그냥 무시한다.

교총 쪽에서 교장교감 대충 다 해먹는 판에 전교조 들면 그 사람은 일단 출세 쪽으로는 끝이다. 그리고 각종 인사에서 불이익 받으며 공립학교 선생님 같으면 그 시의 구석 구석으로 유배다니다시피 한다. 이런 상황에 전교조 들면 바보 아닌가? 그냥 자기 이익에 눈먼 귀족노조 뭐 이런 표현도 요새 있던데 그런 놈들이라면 그냥 교총에 있지. 도대체 이거 왜 하나? 리서치하려면 여기에 대한 답부터 시작해야 할텐데 요새 조중동 기자놈들은 이런 질문도 할 줄 모른다. 뭐 그거 읽는 별로 다르지 않나 본데 이래서 사람이 책도 많이 읽고 좀 배워야 된다. 그냥 조선일보 가라사대 이래서야 뭐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말이야.

전교조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은 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바로 전교조 선생님이라서다. 그 분이 전교조인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는데, 학교실세들로부터 전교조라는 딱지와 함께 온갖 핍박을 다 받는걸 두눈과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단 그 선생님에게는 배치고사에서 꼴찌한 반을 준다. 반성적. 참 까기 좋은 소재다. 그런데 꼴찌한 반이라도 누군가는 맡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뭔 핍박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리 때에는 수업 끝나고 자율학습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시간만 되면 우리한테 수업도 안가르치는 꼰대들이 들어와서 우리담임 욕과 자기가 애들 조져서 성적 올렸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그리고 몰래 창문 틈 사이로 보면서 애들 이상한 건덕지 잡아서 잡아패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뭐 이런 일 다른 반에도 있다고? 있긴 했는데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반에만 교감이나 교감하고 친한 부류들이 매일 들어와서 애들 주목시키고 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일이 많았다. 공부 방해되게 말이야. 그때가 전교조 해직사태 직후여서 악명이 높을 때였는데, 이러니 내가 선생님이 전교조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아 그런데 꼰대들 순회공연은 시험 한두번 보고 나서 없어졌다. 우리반이 분명 배치고사 꼴찌이긴 했는데, 배치고사 때 좀 심하게 태업 혹은 불출석한 우등생들이 모여버리는 바람에 반성적이 꼰대들 반보다 좋았던 건 물론 고득점자 군에서 다른 반을 월등히 outperform 해버렸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그 덕에 좀 편했다고 하시더라. 쉽게 말해서 반 애들끼리 공동전교일등하고 난린데 들어가서 너네 선생님이 글러먹어서 너네는 공부도 못할꺼고 따라서 인생 망했다라고 할 강심장이 있겠냐는거지.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학교 실세들이 우리 담임선생님을 왜 싫어했을까? 우리 담임선생님이 지들의 이익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요새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엔 학교에서 돈 많이 떼먹었다. 학생증 사진 학교에서 찍고 사진값이라며 1500원 걷어가면 사진관엔 500원만 주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떼먹고, 모의고사비도 떼먹고, 소풍사진도 떼먹고 등등 뭐만 하면 떼먹어서 그 돈 선생님들도 좀 먹고 교장 교감도 갈라먹고, 심지어 보충수업비도 그렇게 떼먹는데 가르치지도 않는 교장도 돈을 가져간대더라. 학생들에게는 그런거 절대 비밀이지. 한심한 짓거리가 이거 뿐이었겠나. 선생님들이 학생들한테 촌지 받는데 교장교감은 가르치는 학생이 없잖아. 누구한테 받겠냐. 선생들한테 받지. 얼마전에 뉴스 보니까 교장교감들은 그런 돈 장학사들한테 상납하긴 하더라만.

그런데 그 담임선생님은 거기에 반대했다. 내가 입학하기도 전 일을 선배로부터 들었는데 선생님이 처음으로 부임했을 때 교무실에서 회의가 있었단다. 회의 주제는 한심하게도 "학생들한테서 사진값을 얼마나 올려받을 것인가". 그 선생님은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들 돈을 떼먹냐며 반대했고 실세들로부터 가뿐하게 묵살당했단다. 그러자 양심상 그럴 수 없다며 우리반은 그냥 사진값 그대로 받겠다고 했단다. 근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교무실이 크다보니 마이크 들고 회의를 하는데 방송반 애가 실수로 그 회의를 전교로 중계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만이긴 했지만. 그 후로 학생들 돈 잘 떼먹는 그 실세들이 보기에 내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미웠겠나.

담임선생님을 하면 참 많은 사람들이 촌지를 상납하려 노력하는데 그냥 대충 다 실패했다. 우연찮게 반장의 아버지께서 그 선생님의 직속 선배셔서 억지로 쥐어드린 일이 있다고는 했는데, 이게 그 선생님 교직생활 몇년간 유일하게 받은 거라고 하셨다. 뭐 나중에 그런 일이 또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이런 사람이 촌지를 교장교감한테 상납했을 리도 없다. 뭐 학부모들 그런 말 많이 하지 않나? 촌지를 안줬더니 애를 차별하고 노골적으로 계속 학교로 부르고 하더라고. 솔직히 우리엄마도 그런 일 많이 당했다. 일개 선생이 촌지 안줬다고 학부모 학생을 괴롭히기도 하는데 그 선생님이야 오죽했겠나. 결국 그 선생님은 우리 학년을 끝으로 부산 제일 끝도 모자라 얼마전에 부산으로 편입된 낙동강 건너편으로 전근을 가셨다. 그 다음에는 반대편 끝인 해운대로 전근을 가시더라고.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리를 아는 자는 언제나 소수이다"라고. 나도 지금껏 살면서 자기 이익 앞에 사람 별거 없다는 거 많아 봐왔다. 촌지, 학교에서 돈 떼먹는거. 쉽게 설명하면 학생 -> 담임 -> 교감 -> 교장 -> 장학사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얘네들이 편하게 돈 챙기는 판이다. 이 판을 깨려 하니 싫어하고 핍박하는거다. 옳고 그르고는 이분들에게 너무 형이상학적인 문제인거지.

여기서 또 질문이다. 조중동 혹은 대한민국에서 침 좀 뱉는다는 놈들이 누가 나쁜놈이라고 낙인은 찍고 싶은데 딱히 트집 잡을 게 없을 때 하는 말이 뭘까? 그냥 "저새끼 빨갱이다." 이렇게 말하면 끝난다. 논거도 찾는 것도 시간 낭비고 대화를 하는 것조차 불경하기 때문에 도저히 따질 수 없는, 그냥 낙인 찍기인 말이다. 이런 정도를 이해하고 나면 조중동에서 전교조를 비판할 때 빨갱이라고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고보니 그 선생님 욕할 때 빨갱이라고들 많이 하대. 이게 우연이 아닌거지. 그런데 빨갱이라는 말 자주 쓰는 사람 치고 그 정의를 제대로 내리는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자주, 크리티컬한 용도로 쓰는 말이면 그런 말 쓰는 사람들 간에 컨센서스가 만들어져 있어야 정상인데 그런게 아예 없거든. 그래서 난 누가 빨갱이니 뭐니 이런 말 하면 그냥 바보구나 한다.

말 나온 김에 조중동이랑 그 패거리들은 전교조가 빨갱이 교육을 한다는데 난 그 비슷한 것도 받아본 적 없다. 그냥 내가 그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건 생각을 하는 방법이었다. 선생님이 우리를 격의 없이 대해주셨고 선생님이 뭘 하시더라도 우리가 "선생님 이건 왜 이렇게 해요?" 이렇게 질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생각이라는 걸 많이 하게 됐지. 솔직히 윗사람이 "생각은 내가 할테니 너네들은 까라면 까라" 이러는 건 국민소득 4000불 시대, 테일러가 만든 생산성 이론 대상인 공장 노동자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이지 지금 20000불 왔다갔다하는 시대에는 개개인 고부가가치여야 하잖아. 그러자면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알아야 되는거고 그런 면에서 오히려 "윗 사람이 말하면 의심일랑 하지말고 조용히 믿고 따르고 까라." 이런 식의 교육은 시대착오적이잖아. 100명 있으면 100명 다 머리를 쓰는 집단하고 1명만 생각하고 99명은 기계적으로 까는 집단이 21세기에 경쟁이 되나.

다른 학교에 가신 후에도 그리고 내가 대학을 진학한 후에도 몇번 찾아뵈었다. 술도 여러번 마셨고. 정말 그때는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해주지 못한 많은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그래도 난 이렇게 해야 내 양심에 안걸리니까"라고 하시더라. 뭐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내 학창시절이 조금이라도 좋았던 데에 아주 많은 기여를 해주셔서 난 그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말 욕심도 없으시고 정말 학생들만을 위해주셨던 선생님 지금도 보고싶다. 대학 졸업 후에 내 인생이 갑자기 심하게 말려서 그 후로 연락을 못드렸는데 미국에서 공부 끝나고 한국 들어가면 꼭 다시 연락드려야지. 학년 끝났을 때 책도 사주시고 찾아가면 술도 사주시고 고기도 사주시고 아무튼 받은 것 밖에 없는데 다음에 뵈면 회라도 꼭 한사발 대접드려야지.

이정도 이야기를 풀면 조중동 열심히 읽은 사람들로부터 빨갱이 자식이나 손자뻘로 매도당하기 딱 알맞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교조가 뭐하는건지 제대로 좀 알고 뭔 말이라도 하라는거다. 그냥 조선일보나 그 비슷한 데서 줏어들은 걸로 억지피우지 말고. 그렇게 확신에 찬 저주를 어떻게 그렇게 모르고 하는지 그리고 아는 사람 말을 어찌 그리 쉽게 무시하는지. 아무리 옛말에 서울 가본 놈하고 서울 안가본놈하고 말싸움 하면 서울 안가본 놈이 이긴다는데다가 빈수레가 요란하다지만 미스테리할 때가 많다. 두번째는 빨갱이 소리를 하려면 그 말 뜻을 자기가 알고 있는지 그럼 그게 뭔지 생각 좀 해보라는 거다.

일단 빨갱이에 대해서 최소한의 컨센선스를 모으기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주로 자본주의에 제대로 적응 못한 공산주의자 뭐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 거기다 전라도 출신이면 보너스 점수도 있고. 그런데 난 고향은 부산, 집은 서울 강남, 출신 대학은 한국에서 일류대 그리고 빨갱이 소리 잘하는 사람들이 숭상해 마지않는 미국에서 금융을 공부하고 있다. 이만하면 빨갱이 출신성분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이는데 전교조가 국가 적통을 부인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눈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 이거 진짜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한마디 부연하자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요새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오바마 연설문 중 기억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의역하자면 "미국에선 갑작스런 노크소리를 들을 걱정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그랬습니다."

(That we can say what we think, write what we think, without hearing a sudden knock on the door. That we can have an idea and start our own business without paying a bribe or hearing a sudden knock on the door. That we can participate in the political process without fear of retribution, and that our votes will be counted-or at least, most of the time.)

자기 생각, 자기 의견은 말할 수 있는게 민주주의의 기초다. 아직도 백성들은 위에서 무슨 말을 하건 무조건 믿고 까고 해야 나라가 조용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그런 나라에 살고 싶으면 서울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정도만 차타고 가라. 자기 의견 말할 수 있는게 민주주의인데 그거 말했다고 낙인 찍고 말 못하게 하는 놈은 민주주의자가 아닌거지. 오히려 민주주의의 적통을 부인하는 것은 본인들인데 걔네들이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다보니 아직까지 이런다. 무식한 걸 탓을 수 없다지만 이쯤 되면 무식한게 죄다 죄. 앞서도 말했지만, 공장 노동자 갖고 20000불 절대 안된다. 개개인이 생각을 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컨센서스를 이뤄가는 사회가 되어야 좀 나라도 발전하고 그럴 것 같은데 윗분들 께선 아직까지도 공장 노동자 레벨의 생각을 하고 계시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논하시니 참 답답하기도 하다.

멀리 돌아왔는데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학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비리는 단연코 비교육적이었다. 학생을 기계취급하거나 닥치고 까는 포디즘 공장부품으로 만드는 것도 비교육적이다. 그런 데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전교조의 많은 부분이 시작되었고 전교조 소속 선생님도 그런 비교육적인 처사에 대해서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기존의 편하게 먹고 노는 판을 깨는 데 문제가 있었고, 그 판의 수혜자들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지금도 받아오고 있다. 교육자가 비교육적인 상황을 만나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 당연한 것을 해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선생님은 전교조 소속이었고 엄청 핍박을 받았다. 그리고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닥치고 까는 데서 벗어나는 교육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돈 버는 데에도 도움이 될거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그 선생님이 싸우던 그런 문제는 전혀 없고, 그 덕분에 한가해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정치활동이나 열심하 할 정도로 학교란 데가 발전했기를 바란다. 얼마전에 공정택 일을 보니까 전혀 그래 보이진 않지만.

첨언하자면, 비교육적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훌륭하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에너지를 교재 연구나 좋은 수업을 위해 쓸 수도 있는거니까. 전교조가 아니더라도 정말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다. 문제는 부조리한 것에서부터 이득을 보며 이 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놈들이고 난 그런 놈들이 너무나 한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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