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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완벽한 룸메이트

내가 예전에 황경신씨의 글을 즐겨 읽었는데, 그분이 쓰신 드라마 비슷한 것 각본 중에 제목이 "완벽한 룸메이트"가 있었다. 난 내용은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갑자기 생각나네.

유학생활을 하려면 돈이 꽤 드는데 등록금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리빙코스트를 줄이기 위해서 룸메이트를 들인다. 뭐 돈 많으면 혼자 스튜디오 얻어서 살기 하더라만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다.

좋은 룸메이트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1. 깨끗해야 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구 깨끗하게 사용하고, 먹은 그릇은 최소한 제 때 씻어놓아서 다음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한다.
2. 조용할 것
최소한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음악 좀 크게 안틀어넣고 시끄럽게 안떠들어야 된다.
3. 경비 정산 제 때 깔끔하게 할 것
보통 한명이 렌트를 하면, 룸메가 돈을 줘야하는데 이걸 제 때 안주는 놈들도 가끔 있다. 예산 꼬이면 엄청 귀찮다.
4. 공부를 제대로 하는 놈일 것
그냥 놀러다니느 놈이랑 붙어 있으면 같이 할 게 없다. 그런데 유학생들 중에 공부가 목적이 아닌 애들도 제법 있나보다. 난 여기 오기전에는 내 친구들 밖에 몰랐어서 그런 애들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뭐..
5. 요리는 보너스
요리를 잘 할 줄 아는 룸메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전에 아플 때 카레가 무지 땡겼는데 혼자 아픈몸 끌고가서 장봐서 만들어 먹었다.

적고보니 정말 기본적인 것들인 것 같네. 불행히도 내 룸메가 해당되는 점은 하나도 없어보인다. 여기 오기 전에 회사 사람들이랑도 살아봤는데 그땐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되던 것을 이 힘든 데 와서 그것까지 신경써야 되는게 참 짜증나더라.

혹자는 이걸 안갖춘 룸메랑 살더라도 가르쳐서 하게 하면 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아니올시다다. 저런 기본적인 것들은 지네 부모도 분명 가르치려고 했을텐데 뭔 이유로든 못배운거 아닌가. 쉽게 말하면 지네 부모도 못고친 걸 나보고 고치라는 건데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말이다. 내가 그런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20년 넘게 못가르쳤단 말은 amenable하지도 않다는 말이어서 곱게 말하면 안듣고 세게 말하면 기분 나빠하니 뭘 어쩌라고 그냥 그런 룸메 만나면, 스트레스 받으면서 싸우던가 똥밟은 셈 치고 스트레스 좀 덜 받게 기대치를 낮추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에 룸메는 한국 사람으로 구하라고 말하더라. 한국에서 유학을 갔을 정도면 그래도 어느정도 수준이 되는 애라는 거지. 다른 나라 사람들, 미국, 중국, 인도 등은 생활관습이 어떨지 모르니 정규분포를 그리자면 standard deviation이 너무 크다는 거다. 즉 위험이 크고, 뭐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유학생활에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의사는 전혀 없으니 한국 사람으로 하라는 거지.

그래서 난 한국 사람으로 구했는데, 불행히도 내 친구들이 흔히들 말하는 검증된 한국사람의 "검증" 카테고리에 별로 포함되는 게 없는 애를 만난지라 렌트 계약을 연장할 생각은 첫 한두달만에 집어치웠다.

그리고 학기는 끝났고 새 룸메를 구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지. 다행히 난 내 친구들이 집에 "불시에" 찾아온 적이 많았고 난 항상 깔끔하게 해놓고 살아서 평판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래서 다음 1년간 살게 될 새로운 룸메는 상하이에서 온 클래스메이트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잡서치도 열심히 하는 애라서 여러모로 나아진 생활을 하게 될 듯 하다. 룸메의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뭘 어떻게 하고 사는가가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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