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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대학교 입학식

난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2학년 되듯, 고등학교 졸업했으니 대학에 들어간거다. 그래서 주변에서 대학생이 되었으니 뭘 어떻게 해야된다 해도 난 무덤덤했다.


입학식이란 걸 하는데, 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식 때 얼마나 따분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학식도 그냥 "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저 멀리 부산에서 할머니까지 가시겠다고 했을 때 난 좀 이해가 안됐다. 안가도 상관없는 "식"일 뿐이지 않나. 그땐 왜 가시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됐다.


이제 나이가 드니까 그런게 이해가 된다. 귀여워하던, 하지만 말은 잘 안듣는, 손자가 대학생이 되는 사건이 생겼다. 그 사건을 가장 극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입학식이니까 말이다. 손자가 성장하는 것을 느껴보려 하셨던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친구와 시카고대에 놀러갔을 때였다. 이제 갓 입학한 학생처럼 보이는 애가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것을 봤다. 그 학생이야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당연히 시카고대 정도에 갈 것이라 생각했을테니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뿌듯했을 것이다. 꼭 명문대에 자식이 입학해서만은 아니다. 자식이 성장해가며 마일스톤을 찍는 모습이 대견해보였기 때문일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 나도 같이 좀 즐거워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런데 난 그냥 좀 불만이었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되는 곳에 와서 사람들에 치이고 있다는 핑계로 말이다. 그땐 너무 어려서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날 키워주신 할머니라고 해도 말이다. 부디 그날 손자 대학 입학식에 간 것이 지금까지도 할머니께 좋은 추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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