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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용실 다니기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한국에서는 신경도 안썼던 수많은 일에 신경을 써야된다. 그 중에 미용실이 있다. 얼마나 심각하냐면, 내가 한국에서는 별로 헤어스타일에 신경도 잘 안쓰고 머리에 뭐 잘 바르지도 않고 다니는데도 신경이 쓰인다.

한국에서는 친구가 소개시켜준 집근처 미용실이나 회사 옆에 있던 유명 체인 미용실을 다녔다. 집 근처 미용실도 아주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회사 옆 미용실을 더 자주 가게 됐지. 거기는 오전 시간에 가면 할인도 해줬는데, 아무래도 오전시간이 살짝 빠져나와 머리 자르고 들어가기에 더 좋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는 정말 머리 자를 때마다 고민되더라. 몇가지 이유를 열거해보자면,
1. 동양인과 서양인의 모질이 달라서 서양인 머리 주로 만지던 사람은 동양사람 머리를 잘 못한다.
2. 헤어스타일에 대한 것을 영어로 정확히 말할 실력이 안되다보니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해주기도 어렵다.
3. 한인마트 근처에 한국의 유명체인 미용실이 있는 경우가 있으나, 한국에서보다 훨씬 못하다고 들었다.
4. 차를 시간별로 렌트해서 한인마트를 가는 처지에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 1~2시간 렌트를 더 하는건 언감생심이다.
이렇다.

나는 원래 베트남 사람이 하던 아파트 안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한인마트 옆의 한국계 체인만 가도 35불은 줘야 하는데 여긴 20불이었다. 한국에서처럼 잘 잘라주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아쉬운대로 살았다. 그런데 아파트 내부 공사 관계로 그곳이 문을 닫으면서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아파트 근처의 미용실에 가봤으나, 최악의 결과를 낳고 한달간 모자만 쓰고 다녔다.

그리고 가격도 비싸다. 35불이나 주고 머리를 잘랐는데, 안경 쓰고보니 그모양이어서 너무나 실망했다. 더군다나 이동네는 머리를 자를 때 목에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도 잘 안해줘서 머리만 자르고나면 집에와서 옷 털고 샤워를 해야 했다.

35불이면 내 일주일 식료품비다. 그 돈을 내고 참사를 겪고보니 진짜 다시 갈 마음이 생기지가 않더라. 때마침 지난 한기가 정말 바쁘기도 했다. 발표, 미드텀, 파이널에다 CFA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머리를 3달 넘게 자르지 않았다. 이제 CFA가 끝나고 보다못한 중국인 친구가 팁을 알려줬다.

한국에서 헤어디자이너를 하시던 분이 있단다. 샵을 낸 건 아니고 알음알음 아는 사람 머리만 잘라주고 있는 정도라고 하는데, 진짜 그 말을 듣자마자 귀가 번뜩 뜨였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어제 드디어 머리를 자르고 왔다. 날씨도 더워가는데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하고 있다가 이번에 다 잘라버리니 진짜 기분도 좋다. 무엇보다 이제 35불짜리 재앙을 만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기쁘다.

미용실 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네. 사촌형이 서울로 발령이 나서 잠시 우리집에 산 적이 있다. 그때 사촌형이 나한테 어디서 머리 하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다니던 체인 이름을 알려줬다. 우리집 근처에 유명 미용실 체인의 본점이 많이 있는데, 마침 내가 다니던 미용실 체인이 우리집에서 정말 가까웠던게 문제였다. 보통 그런 데는 연예인 이런 애들이 가는 덴데, 사촌형은 추리닝에 만원짜리 두개 찔러넣고 거길 들어갔고 커트만 했는데 5만원 나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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