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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머릿말

책은 무사히 발간됐다. 내 글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서, 원래 계획대로 여기 올리고자 한다. 아무래도 친구의 글을 같이 올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쓴 글만 올릴 것이고, 맥락상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블로그 글과 좀 많이 겹친다 싶은 것들은 빼고 올릴 예정이다.

내가 블로그의 웹버전으로 로그인을 할 수 있어야 폴더도 좀 만들고 할텐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웹버전으로 로그인을 안 한지가 너무 오래 된데다, 시도를 했더니 이메일을 확인해야 된다고 하네. 그런데 문제는 그 이메일 계정이 한국 포털에 있고, 난 거기서 이미 휴면계정으로 되어 있다. 다시 활성화를 시키려면 내 명의로 된 한의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된단다. 뭐 사실상 방법이 없지. 그래서 앱으로만 이 블로그에 들어갈 수 있는데, 앱에서는 참 되는 게 없네. 결국 그냥 해쉬태그로 표시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공돌이해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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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여름 방학의 어느 날, 난 친한 선배를 따라서 유학 가시는 분의 환송회에 갔다. 그저 밥이나 얻어먹을 요량으로 나간 자리였는데 그날 내가 얻은 것은 공짜 막걸리 이상이었다. 그 전날만 하더라도 나는 한국 밖으로 나가는 건 다른 세상 일인 줄 알았다. 그런 내 앞에 내일 모레 미국에 가시는 분이 앉아 계셨고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날 나눈 대화 중에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다. 허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학부 신입생의 가슴에 불을 지펴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모질게. 그날 이후로 나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그 열망은 점점 더 커졌다. 어느샌가 세계를 누비는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으로 자리잡았다.

그 여름으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나는 미국 시카고에서 금융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가끔 뉴욕에 있는 고객들과 회의도 하고,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지사와도 일을 하니까 세계를 누비는 엔지니어라고 어거지를 부려볼 구석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애석하게도 지금의 나는 나의 옛 상상보다는 거기서 폼 나는 걸 대충 다 뺀 모습에 가깝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매끄러웠던 것도 아니다. 그래 뭐 낭만 좀 없으면 어떠랴.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을 소박하게나마 이뤘다는 걸 생각해보면 가슴 한구석이 뿌뜻해진다.

오랜 친구에게서 내 경험에 대해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기에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인데,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나의 이야기를 왜 책이라는 형식으로까지 남겨야 하는지 의구심이 있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본 후에야 이 책의 의도가 누군가에게 본보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했다. 해외에서 엔지니어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전달해주는 것이라면 내 이야기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verything”

미국의 농구 스타 제레미 린에게 직업 선수로서 농구를 하는 것과 취미나 학생으로서 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질문을 하자 들려준 대답이다. 외국에 잠시 머무는 것과 그곳을 집으로 여기고 세금을 내며 사는 것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내가 미국에 온지 11년이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해외여행은 몇 번 했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오기도 했었다. 허나 지난 십여 년간 여기서 느끼고 배운 것들은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들이다. 목표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여 많은 것을 이루고 한국 체면을 세운다는 식의 이야기는 해줄 수가 없다. 대신 영어 안되는 토종 한국인 엔지니어가 어떻게 미국에 자리를 잡았는지, 그동안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에 대해서라면 자신 있게 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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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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