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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암기, 문장에서 억양까지

“How to Become Great at Just About Anything”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Freakonomics Radio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하면 뭘 잘하게 되는지를 탐구했다. 여러 심리학, 경제학 학자와 교수들, 그리고 실제로 뭘 잘하는 사람들이 연구해서 내린 결론은 ‘deliberate practice’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영어도 예외일 순 없다. 잘하고 싶으면 진지하게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영어 라디오가 내 귀를 지나가도록 하는 건 애석하게도 충분히 진지한 연습으로 봐줄 수 없다. 뭔가 다른 것을 빡세게 해야만 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될 텐데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갖고 있는 답은 ‘암기’이다.

난 연설문이나 영화, 드라마 자막을 구해다가 큰 소리로 읽었다. 영어에서 내는 소리는 그 전까지 내가 열심히 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 혀와 입의 근육들도 거기 익숙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얘네들을 운동시키려면 큰 소리를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단순히 소리를 낼 뿐 아니라 성대모사를 하듯이 억양과 톤을 따라했다. 물론 입에서는 영어라고도 할 수 없는 민망한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 이상한 발음은 내 종착역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내가 지금 읽는 문장과 억양, 톤이 완전히 외워질 때까지 반복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외우지 않은 표현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어에 감각이 있는 사람은 다른지 모르겠는데, 나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지 않고 표현만 외우는 건 잘 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숙어집을 열심히 들고 다니며 외웠지만, 그 중에 내가 실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외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또한, 밑도 끝도 없이 문장 하나 던져주고 외우라 그러면 또 잘 안됐다. 영어 사전에 나온 예문을 외우면 그때뿐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이나 연설문의 일부분을 반복했을 때 가장 머리에 저장되는게 많았다.

대충 외워졌다 싶으면 이제 가장 하기 싫은 단계가 남았다. 그걸 녹음해서 직접 들어봤다. 분명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엉망일 게다. 최소한 이건 사람들이 좀 알아들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나아질 때까지 녹음하고 들어보고를 반복했다. 이건 진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정말 하기 싫었다. 미국에 먼저 정착한 친구가 권해준 방법인데,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서도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내가 얻는 건 확실했다. 녹음기 앞에서 방금 외운 것도 말할 수 없다면, 어찌 미국 사람들 앞에서 머리로 생각한 걸 얘기할 수 있겠나? 게다가 내 억양의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었고, 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이것도 처음의 한번이 그렇게 고통스러웠지, 반복할수록 덜 괴로웠다.

30분 정도만 이렇게 연습해도 녹초가 됐다. 충분히 ‘deliberate practice’의 자격이 있다. 어디 보자. 이걸 한 시간씩 해야만 그날 잠을 자는 생활을 2년을 넘게 했구나. 나도 참 독한 놈이다. 하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지. 거기다 읽고 외우는 건 시간이 날 때마다 했다. 지금도, 비록 소리는 좀 작게이긴 해도, 틈틈이 라디오 스크립트를 구해다가 읽는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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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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