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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내가 Home이라 부르는 곳, 시카고

내가 시카고에 온 이유는 여기 잡 마켓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에 대한 직장을 구하고자 한다면 서울에 가야 하듯이, 미국에서도 금융공학에 관련된 일자리는 대부분 뉴욕과 시카고에 있다. 대규모 공채가 흔한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수시채용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채용 시장이 활발하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더해보니, 취직을 위해서는 잡 마켓 근처로 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뉴욕과 시카고 중에는 생활비가 조금 싼 시카고가 낫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취직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카고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시카고 남쪽 지역은 많이 낙후되어 있고 위험하다는 것 정도 알 수 있었고, 대한항공의 광고를 통해서 바람이 많이 분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많이 있었지만, 시카고는커녕 일리노이 주에 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길 여행했던 친구가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운 도시라고 해준 것이 내가 직접 들은 것의 전부였다. 그나마 위험하고 추운 동네라는 소리만 들리던 와중에 유일하게 좋은 내용이기도 했다. 취직 외의 이슈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내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 걸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대체로 그런 것 같다. 특별한 굴곡 없이 난 내가 원하던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가족도 만들었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무엇보다 난 이제 시카고를 떠올리면 내 집 같이 느껴진다.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을 안고 미국행을 결심하던 때를 생각하면 감히 아무것도 불평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도시에 뿌리를 내려오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겪은 적도 많고, 때로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익숙한 서울을 떠나 시카고로 왔을 때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더라면 좋았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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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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