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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불안한 미래

내 미래가 불안하지 않았던 적은 사실 없었다. 하지만 항상 앞에 길이 있다는 믿음만은 가지고 있었지. 그리고 공부도 해보고 일도 해보니 내 능력이 평균은 훨씬 넘는 것 같아서 뭘 해도 먹고 살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점점 나이도 먹고 세상 돌아가는걸 보게 되면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점을 보고 하는 것 같네. 오늘 일어나보니 친하게 지내던 누나한테서 이멜이 와 있었다. 내용은 별 게 아니었는데, 그냥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이 분이 전에 내게 용한 점집을 소개해준다고 한 적이 있어서 그냥 그 때 일이 생각났다.

난 점 같은거 안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맹신하지도 않는다. 그냥 귀담아 들을만한 충고로 생각하는거지. 유명한 점집들은 다들 분야별로 특화되어 있어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간다. 비슷한 부류의, 하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하루종일 만나다보면 나름의 사람 보는 노하우 같은게 안생기기 어려울텐데, 최소한 그런 점은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맹신해서도 안되는 게, 내가 어플리케이션 넣어놓고 열심히 회사를 다니던 시절 집 근처 대학교 앞에서 타로카드 점을 봤다. 벌써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용한'의 조건에 빗나가기 시작이다. 그렇게 유명한 곳도 아니고 나같은 직장인이 자주 가는 곳도 아니다. 그렇게 좋은 학교는 아니어도 유학 준비하는 애들은 좀 많을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엘 갔어야 했다.

그분은 내가 내가 다니던 회사에 열심히 계속 다니면서 인정도 받고 오래오래 일한다고 했다. 내가 대뜸 '유학 갈려구 어플리케이션 다 보냈는데 계속 일한다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랬더니 그분이 '유학 못가요. 이동수가 없네요.' 이러시더라. 어찌나 씁쓸하던지. 그 때가 1월 1일이었나 2일이었나 그렇다. 똥씹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자가 하나 들어오더라. 2008년 일 잘한 사람으로 뽑혀서 상받아야 하니까 시무식 때 늦지 말란 내용이었다. 아 어찌나 씁쓸한지...

사실 그 때가 파이낸스 분야로 유학오기 제일 빡셀 때였고 나도 목표했던 학교는 못되고 그냥 여기로 오게 됐다. 그냥 유학이 쉽지 않을거라고 했었다면 그냥 저렇게 끼워맞추기라도 할텐데 유학을 아예 못간다니.. 그래서 이 일은 '점괘 별로 믿을거 못된다'는 내 믿음에 확신을 더했다.

이건 좀 extreme한 오시범이긴 한데, 대부분의 좋은 advice는 논리적으로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는거다. 예를 들어 내 주변인 중 하나가 어디서 나에 대한 점괘를 봤는데, 그 사람과 나는 좀 잘 안맞아서 그 사람이 해주는 조언을 내가 따랐다가는 무조건 쪽박이 난다고 하더란다. 그게 지금까지 사실이어서 그 사람은 참 신기하다고 하던데, 내가 볼 때에는 이게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였다. 그 사람의 주변엔 나와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 밖에 없다. 그러니 그 사람이 내 여러가지 상황을 억지로 자기 주변인물에 끼워맞춰서 내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한다면 그게 비슷하게라도 맞을 리가 있나. 이렇게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해본다면 점괘라는 것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저렇게 잘 안된다. 보통 한발만 떨어져서 생각해본다면 모든게 명확한데 급박한 상황, 극적인 상황에서는 사람이 그렇게 차분하기가 쉽지 않고 오단을 하게 된다. 그럴 때 누군가 정확히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내 인생의 판단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누나가 말해준 용한 점집이 바로 그런 조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많이 알고 있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더라는 것도 많이 아는, 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추천해준 것이다.

아 근데 요새는 진짜 너무 답답해서 그 누나가 말해준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한국에 들어간다면 많이 우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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