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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종교 벗어나기

난 오랫동안 개신교라는 걸 믿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더이상은 아니다.

개신교에 다니게 된 건, 대부분 그렇듯이 가족이 다니니까 이끌려 간 것이다. 그래서 참 오랫동안 교회란 델 다녔다. 내가 25살 될 때까지 제법 자주 나갔으니 근 20년간 교회를 다녔다. 어릴 때 주입받은 세계관을 부정하는 것은 참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끊임없이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나가다가 드디어 임계점을 돌파해버렸다.

내가 가진 의심이란 건 참으로 간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름 어릴 때 주입받은 세계관을 방어하려고 노력을 한 것인지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도 참 어렵더라.

첫번째 의문은 크리스마스였다.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라는데 성경책엔 날짜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교회에 따르면 성경은 하늘에서 뚝떨어진 유일신 야훼의 말씀이란다. 그런데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기독교는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았다고 했다. 이게 아마 세계사 교과서였던 것 같다. 아마 교회가서 이렇게 말하면 사탄 취급을 받겠지만 난 조금 더 알아봤다. 그랬더니 기독교에서 예수가 조로아스터교에서 '짜라투스트라'더라. 12월 25일은 다름아닌 짜라투스트라의 생일이었던거고.

조로아스터교도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어서, 이전 다른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앞서 있었던 종교도 예수와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데 생일이 12월 25일이었나 그랬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내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예수의 생일은 짜라투스트라의 생일 혹은 그 앞의 다른 신인의 생일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은, "조선시대 때 착하게 산 농부도 지옥에 갔을까?"였다. 참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답이 다 다르더라. 참 간단한 의문인데 여기 대답이 제대로 안나올만큼 엉성한 체계를 갖고 있는거지.

그 중에 결정타는 한국 개신교의 역사였다. 뭐든 그렇지만, '이게 왜 이렇지?'라는 의문이 생겼을 때 정확한 답을 얻는 방법은 역사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살펴본 것인데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 교회가 왜 이모양인지 정확히 설명이 되더라. 조금만 말하면 애초에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최저질에 이슬람으로 치자면 '오사마 빈 라덴' 같은 놈들이었다. 한 때 주한미군들이 전세계 미군들 중에서 아주 질이 안좋은 편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비슷한 이유인거지.

어릴 때부터 사실로 주입받았던 노아의 홍수나 바벨탑 같은게 다 뻥이라는 게 과학의 힘으로 밝혀진지 오래다. 하지만 난 그런 것보다는 한국교회가 내게 주입하려는 세계관이 참 신물이 났다. 예를 들면 정복주의식 세계관이다. 예수를 안믿는 타 종교인은 계몽되어야 할 우매한 중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불교가 뭔지 모른다. 천주교가 뭔지도 잘 모른다. 그들을 모르면서 무조건 그들보다 우리가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그들은 악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뭔 생각을 하고 하는 말 같진 않았다. 하지만 '불교가 어떻길래 열등하냐?'라고 질문이라고 하면 날 사탄 취급할 게 뻔하니까 그냥 조용히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무식한 놈들은 자기가 모르면서 아는 척 하고 모르는게 탄로날 위기에 처하면 엄청 화를 낸다.

그리고 또 하나 참기 어려웠던 게 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빨갱이로 낙인 찍고 죽이거나 추방했다. 요즘도 그렇지 않은가. 이명박이 하는 모든 것들 중에 하나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빨갱이 소리 들으니까. 그런데 이게 내가 교회에서 보던 꼴이랑 너무 비슷한거였다. 목사에 대한 열렬한 추종자가 꼭 몇 있고 교회가 공식적으로 벌이는 것 중 하나라도 비토를 하면 사탄이라느니 뭐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댔다. 이게 애꿎은 사람 빨갱이로 낙인찍는 짓이랑 너무나 비슷해 보여서 볼 때마다 역겨웠다. 그런 또라이들을 왜 놔두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직장생활을 해보니 이해가 되더라. 위에서 애들 관리하려면 저런 또라이가 하나씩 있어야 조직이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그리고 '저런 놈도 우리가 다 포용해서 각자의 자리를 주는거다'식의 개소리를 하면서 자신의 관대함을 강조하는 도구로도 쓰더라.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 저런 걸 봐도 내가 타겟이 되지 않는 한 난 안락하게 지낼 수 있다. 그래서 그냥 침묵한다. 그런데 끝내는 내가 저런 또라이의 타겟이 됐다. 성경도 종교도 아무것도 아닌 일 갖고 시비를 걸었는데 난 예나 지금이나 싸움닭이 아니어서 그냥 조용히 있었더니 넘어가지더라.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강력한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한국 개신교가 급속하게 성장한 배경을 찾았다면 좀 오버일까? 그런데 아쉽게도 이게 정설이더라.

성경의 수많은 오류들, 성경을 때론 문자 그대로, 때론 곡해하는 사람들. 견뎌보려고 참으로 노력을 많이 했는데 버티기 실패하고 결국 난 그동안의 믿음 체계를 방어하려는 노력을 놔버렸다. 그러고나니 그동안 내가 어떻게 저런걸 믿었나 싶을 정도로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더라.

종교란 게 완벽할 수는 없다. 개신교든 불교이든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데 사람이 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예상할 수도 없다. 그 틈에서 개신교든 불교든 사람이 믿어서 행복해진다면 난 별로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런데 종교에서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한 결과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아무리 믿는 본인이 행복하더라도 난 거기 동의해주기 어렵다.

인간도 불완전한 존재고 나도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이럴 때 종교가 있다면 좀 위로도 받고 힘도 받고 할텐데 어딜 가면 그런 종교를 찾을 수 있을까? 사회병리현상을 종교적 문제로 치환하는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 내가 본 통계자료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맘 속으로 '아니오'라고 하는 내가 개신교인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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