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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고기 먹기

아무래도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음식이 문제다. 아마 중국이나 일본에서 유학을 해도 한국음식을 찾아먹기가 쉽지는 않을거다. 하물며 미국, 거기서도 한국 사람 적기로 유명한 시카고에야 말할 필요도 없지. 그래도 그냥 사먹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부담되고 또 이래저래 시간도 걸려서 난 그냥 내가 간단히 해먹는 편이다. 한달에 한두번 교외에 있는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고 그걸로 계속 차려먹는거지. 그러다보니까 고기를 차려먹는 경우는 잘 없다.

고기를 먹으려면 일단 손이 많이 간다. 간단히 밥과 김치, 계란 후라이, 김 이정도 차려 먹는 건 후딱 하는데, 스테이크라도 굽게 되면 그릴을 청소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가 생긴다. 한국식으로 먹으려면 여러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보니 안하게 된다.

그러면 맨날 풀만 먹게되고 풀만 먹고 힘이 나냐 어쩌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일단 한국에서도 난 채식에 가깝게 먹었어서 고기 안먹는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게다가 여긴 미국 아닌가. 미국에서 고기를 먹기는 너무너무 쉽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혼자서 밥을 차려먹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 사먹게 되면, 고기 안들어간 음식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오늘 먹은 샌드위치만 해도, 한국에서 내가 일주일동안 먹는 고기가 다 들어 있었을 정도니 내가 굳이 집에서 고기를 안챙겨도 단백질 섭취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대학 다닐 때엔 자취하는 친구집에 자주 놀러갔었다. 그럴 때 주로 삽겹살 한근이랑 상추 사다가 집에서 구워먹었었지. 한번은 친구를 한명 데리고 삽겹살을 사다가 놀러갔는데 집주인이 줄창 잠만 잤다. 걔가 일어났을 때에는 딱 한번 구울 양만 남아 있었지. 우린 미안해서 마지막 삼겹살을 걔한테 주려고 했었는데, 고기를 굽던 친구가 실수로 소금을 고기에다 쏟아버리는 바람에 못먹고 버렸던 기억이 났다.

10년도 더 된 일인데, 왜이렇게 갑자기 생각난 건지 모르겠네. 결국 집주인은 장소를 제공했음에도 냄새만 맡고 먹어보지도 못했지. 내가 저지른 일은 아니라도 그때 참 미안하더라. 정말 오래된 일이구나. 그때는 뭘 해도 참 재밌었던 것 같은데 이젠 똑같은 것을 하려고 해도 왜이리 귀찮은지... 몇년을 들어온 노래처럼 재미있지도 흥미가 있지도 않다. 사는 게 다 이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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