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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영어공부에 도움되는 영화 Before Sunrise, Before Sunset

예전에 영어공부를 위한 영화에 대해서는 한번 포스팅을 했다. 일상적인 대화가 많은 영화가 좋다는 게 요지였다. 그런데 어쩌면 '잘 만들어진' 영화여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엉망인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따라서 대사를 외우고 싶어지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오늘 추천하는 영화는 'Before Sunrise'다.


비포 선라이즈 (1996)

Before Sunrise 
8.4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안드리아 에커트, 하노 푀스츨, 어니 만골드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 100 분 | 1996-03-16
글쓴이 평점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사람과 하룻밤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그리 일상생활하고 관계가 있어보이진 않을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통 멜로물과는 너무나 다르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이 둘은 쉴새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삶, 꿈, 일상에 대해서. 우리가 누군가 만나서 나누는 보통의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좀 영화적인 측면으로 보면, 롱 태이크가 많은 편이고 대사가 끊어지는 일이 별로 없다. 대사량이 보통의 영화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고. 대사의 질도 훌륭하다.


생각해보니 이게 좀 현실적이긴 하다. 보통의 멜로물을 보면 꼭 둘 사이의 일만이 아니라 다른 일이 또 터지고 그걸로 인해 둘이 더욱 의지하게 되고 이런 내용이 많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연애가 얼마나 있나. 대부분 누군가를 만나고 친밀해지고 사랑하게 되는 건 대화를 통해서고 또 만나서 하는 일이란 게 거의 '대화'니까.


일상적인 소재에 대한 질 높은 대화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이 영화는 영어 공부에 있어서 정말 훌륭한 교재다.


그리고 이 영화도 속편이 있다. Before Sunset


비포 선셋 (2004)

Before Sunset 
8.6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버논 도브체프, 루이즈 르모이네 토레스, 로돌프 파울리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79 분 | 2004-10-22
글쓴이 평점  

이것 역시 기가 막히게 훌륭한 영화다. 보통 속편이라는 건 전작이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남아 있을 때 나와야 효과가 좋다. 굳이 Nobel Prize winning 아이디어인 GARCH를 들지 않더라도 과거의 충격이란 건 시간이 가면서 흐려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작에서 9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 나왔다. 그런데 오히려 그 시간이 더 영화를 현실적으로 완성도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전작을 보고 나서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영화를 봤다.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이 다시 쉴새없이 자신들의 꿈과 과거, 인생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의 casual conversation이랄까. 하나하나 곱씹어볼만한 대사들이 넘쳐난다. 영어공부를 하려면 이런 것들을 많이 외외둬야 된다.


외국어를 해보면, 상황에 따라서 쓰는 표현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세미나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할 때 쓰는 영어와 아침에 커피 타마시며 주고받는 말은 전혀 다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쓰는 영어는 앞의 케이스에서 사용하는 것과 또 완전히 다르다.


이 두 영화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속편을 보고나서 한참 생각했다. 한때나마 사랑했던 사람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참 awkward situation이다. 보통 서로 좋아하면서도 헤어지는 경우는 없고, 적어도 어느 한쪽은 상대방과 더 있고싶어하지 않아서 헤어진거니까.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적이 한번 있긴 하다.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던 편인데. 그런데 둘만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그 중에 우리 둘의 과거 일은,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었고, 우리 밖에는 아무도 몰랐다. 나는 그녀가 날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녀 또한 내 기억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서로 모르니 무슨 말을 하기에도 어색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간단한 인사 말고는 별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Before Sunset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어쩌면 둘이 그렇게 반갑게 재회했던 것은 둘이서 하룻밤 밖에 지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미래는 전혀 알 수 없고, 참 사소한 것이 큰 것을 바꾸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과연 나는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인가. 영화는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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