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압박 면접 MBA 과정에 있던 친구가 미국에서 열린 한국 회사 잡 페어에 다녀와서 들려준 이야기다. 거기 있는 일부 회사들은 생소한 어프로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면접관이 후보자에게 대놓고 모욕을 주는 면접 방법이다. 이게 압박 면접이란다. 최소한 몇몇 면접관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질문을 몇 개 들어보니, 이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이 짓을 벌인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게 생각해주자면 후보자가 당황하거나, 기분이 상할 만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기 위해서인가 싶고, 이런 의도의 질문은 여기 미국 회사도 한다. 허나, 이 동네 사람들이 쿨 한 건 일에 대해서일 뿐이다. 압박도 일로 해야지 인신공격을 퍼붓는 순간 뒷일을 장담할 수 없다. 지가 무슨 노예시장에 쇼핑 나온 .. 더보기 It’s just business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이 일치하는가? 그러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 이유로 회사에서 나의 능력과 기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기분 좀 나쁘고 마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연봉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생각보다 초봉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갓 졸업하고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더 문제가 된다. 그럼 이 곤란에 처한 미국인은 어떻게 하느냐? 이 동네 사람들의 사전에 ‘아등바등 버텨본다’ 따위는 없다. 그냥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실현시킬 수 있는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 하지만 억울함을 쏟아내거나 앙심을 품는다거나 이런 건 못 봤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거지 여기 개인적인 감정.. 더보기 야구만 잘하면 얼룩말이라도 상관없어 미국의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재키 로빈슨’이라는 선수가 있다. 그는 최초의 흑인 선수로서 여러 반발에 시달렸는데, 그 중에는 선수단의 보이콧도 있었다. 그러자 감독인 ‘리오 듀로셔’는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나는 그 녀석 피부가 노랑이건 검정이건, 줄무늬건 상관없어. 야구만 잘하면 그만이야.”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 감독이 미국의 헌법 정신이나 천부인권 같은 것들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그런 건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진심으로 경기에서 이기게만 해준다면, 그래서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얼룩말이라도 야구장에 내보낼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일화로부터 미국 사람들의 마인드셋을 엿볼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실용적이다. 내 배경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 더보기 경쟁 내가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일해보며 느낀 문화 차이는, 아마도 이 한 가지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바로 미국이 한국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이렇게 얘길 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해한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한국은 국토는 좁은데 사람은 많아서 경쟁이 심하고, 미국은 땅도 넓고 인구가 많지 않아서 경쟁이 덜하다고 흔히 들어왔으니 말이다. 저 말이 옳은 구석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크게 보면 틀렸다에 가깝다. “적응하거나, 사라지거나. (Adapt or die)” 이 동네 살면서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이 냉정한 소리가 여기서는 상식이다. 미국 사람들은 경쟁이 좋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는 많이 있지만, 기존 산업을 보호.. 더보기 2011년 6월 1일 아침에 눈을 뜨고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었다. 평소 같아서는 운동복을 들고 체육관으로 향했겠지만, 이날은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꺼내서 한참을 바라봤다. 거리는 벌써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A Bug’s Life”에 시골에서 온 주인공이 도시에 처음 도착하는 장면이 있다. 촌놈 티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하자고 다짐하며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다. 그날 내가 꼭 그랬다. 당시에는 취업 비자도 없고 일은 시작도 안 했다. 잘 봐줘야 곧 외국인 노동자가 될 EAD 카드 소지자 정도이니 길거리에 넘실대는 시민권자, 가끔 있을 영주권자, 더 드물게 있을 H-1B 들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한가? 그래도 어색한 티를 내지 않게 주의하며, 마치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그 사람들의 물결.. 더보기 미국에서의 직장생활 “미국에서 회사 다니는 거 어때?” 여기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이 질문을 아주 많이 받았다. 내가 뭐라고 대답을 했는지 잘 모르겠데, 분명히 제대로 답해주지 못했을 거다.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도, 겨우 한 달 만에 이 새로운 직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했겠지. 특히나 첫 출근을 해보니 매니저가 휴가 중이어서 최근 금융 규제나, 이자율 모델에 대한 자료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시간만 3주였다. 짧게 잡아도 일 년 정도는 사람들이 내게서 뭘 기대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비록 내가 적지 않은 시간을 헤매긴 했지만, 직장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해외가 아니더라도, 어딘가 정착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직장이다. 직장은 인간관계의 시발점이 되고.. 더보기 따뜻한 말 한마디 유학을 결심했을 때, 내가 부딪힐 현실에 대해서는 친구들로부터 충분히 들었다. 그래서 나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영어가 내 바람처럼 쉽게 늘지는 않더라. 그래도 졸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주제가 뭔지 알면 대충은 알아듣고, 천천히만 하면 할 말도, 비록 더듬거리더라도, 할 수 있게 됐다. 글로 쓰는 건 별 어려움이 없었고 말이지. 하지만 이게 충분하냐고? 그럴 리가 있나?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다니게는 됐는데 영어를 못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온 회의실이 혼란과 침묵에 빠졌을 땐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가능하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또 말도 하고 해야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테니 말이다. 어찌어찌하여 회사의 어.. 더보기 이 산이 아닌가 봐 미국으로 간지 몇 달이 채 안됐을 때 일이다.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미국 드라마 Lost의 DVD를 빌려다가 자막을 보면서 대사를 외우고 있었다. 그냥 들리는 건 별로 없었지만, 끈기 있게 하나 둘씩 에피소드를 정복해갔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완전히 들리는 대사가 나타났다. 나도 어지간히 놀랐나보다. 10년이 넘은 지금도 그 순간, 그리고 그 대사까지 오롯이 기억난다. “Now, somebody can tell me. Who or what this son of bitch is!”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중 좀 멀쩡한 캐릭터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들리고, 악당이 소리치는 것만 그나마 좀 들리는가 싶더니 이 사단이 났다. DVD를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째서일까? 곧 결론이 났다. 내가 .. 더보기 올바른 트랙에 올라서기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 ‘은천성 영어사랑’이라는 동시통역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겨우 한 달 만에 좌절하고 그만뒀지만, 그 어떤 영어 학원보다 내게 큰 도움을 줬다. 그 강좌에서 들은 얘기 덕분에 내 목표를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사람이 원어민과 같은 소리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정확한 표현과 문장을 구사하면 원어민들로부터 무시를 당하지는 않는다.“ 토종 한국인으로서의 한계는 있으되, 원어민들이 알아들 수 있는 발음과 억양으로, 교양 있는 표현을 써서 정확한 문장을 말하는 게 나 같은 사람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것만 되면 미국에 사는 원어민들로부터도 영어 잘한다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건 누구나 노력만 하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이기도 하다.. 더보기 암기, 문장에서 억양까지 “How to Become Great at Just About Anything”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Freakonomics Radio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하면 뭘 잘하게 되는지를 탐구했다. 여러 심리학, 경제학 학자와 교수들, 그리고 실제로 뭘 잘하는 사람들이 연구해서 내린 결론은 ‘deliberate practice’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영어도 예외일 순 없다. 잘하고 싶으면 진지하게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영어 라디오가 내 귀를 지나가도록 하는 건 애석하게도 충분히 진지한 연습으로 봐줄 수 없다. 뭔가 다른 것을 빡세게 해야만 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될 텐데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갖고 있는 답은 ‘암기’이다. 난 연설문이나 영..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