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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옛 친구 같은 밴드 중학교 3학년 땐지 고등학교 1학년 땐지 모르겠는데, 시카고라는 밴드의 21집을 구해서 들어보았다. 뭐 우리집이 음악 같은거 듣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이런 거 잘 모를 때긴 했는데,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어떻게 사운드가 이렇게 박력 있으면서도 섬세한지. 또 앨범의 모든 곡이 다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게다가 한 그룹에 보컬도 여러명이고 말이지. 내가 앨범을 통째로 들어본 일이 별로 없긴 했는데 어지간한 한국 가수는 상대도 안되게 느껴졌다. 아니 사실 상대도 안되었던 게 사실인 것 같다. 한 두곡, 혹은 두 세곡 정도 공 들이고 나머지는 시시한 곡들로 채워서 앨범이라고 내는 게 대부분의 가수들이었으니까. 뭐 외국 가수들도 대부분 그러긴 했지. 그렇게 시카고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옛날 음악들도.. 더보기
백인 동네에서 살 때 느끼는 첼린지 내가 이사 갈 동네 리서치하면서 읽은 niche.com 어느 동네 리뷰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니다. "니가 돈 잘 버는 백인이면 바로 여기가 니 동네다." 난 인종 구성을 그리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동네 분위기를 이루는 중요한 요건이긴 한 것 같다. 시카고 근교에 한국인들이 제법 많이 사는 동네가 몇 개 있긴 있다. 하지만 거기조차도 백인 동네이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거기에 집을 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내 아이들은 한국인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WASP계 백인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그래서 동네에 어떤 인종이 많이 사는지는 별로 보지 않았다. 다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동양인 얼마 없는 데로 왔는데... 아무래도 백인 동네에 꼽사리 껴서.. 더보기
첫 10K 레이스 우리 동네에 무슨 펀드 레이징 하는 대회가 있어서 나가봤다. 여기서 모금된 돈이 동네 학교로도 가기 때문에 학교에서 독려 메일이 와서 알았다. 난 가장 긴 10K를 선택했다. 평소에도 3-4 마일 씩 뛰니까 10K에 도전한 거지. 50분 아래로 뛰는 게 목표이긴 했는데, 여차저차 트레이닝 같은 건 못했기 때문에 55분 아래로만 뛰자. 뭐 이래 마음 먹고 나갔다. 거기서 이 동네 토박이 직장 동료도 만나고, 아이 친구 엄마도 만났다. 우리 동네 골목 골목을 뛰는데 사람들이 나와서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니까 재밌더라. 사실 마이너리티로써 그냥 백인 동네에 꼽사리 껴서 산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레이스 동안 만이라도 정말 내가 이 동네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10K를 .. 더보기
오피스 복귀 2주 경과 보고 오피스로 나가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처음에는 절망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출퇴근 시간도 어찌어찌 대충 맞춰진다. 아내가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새벽에 회사에 와서 운동도 한다. 덕분에 펠로톤 살 생각은 싹 없어졌다. 기차 안에서는 책을 볼 수 있는데, 이건 평소에 못 누리던 호사 아닌가. 원래는 몇 년식 기다려야 한다는 기차역의 파킹 퍼밋을 바로 얻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건 뭐... 주차장이 1/5 밖에 안 차 있어서 그럴 거란 생각은 했다. 일은 뭐... 그닥 엄청 효율이 좋진 않다. 턴어라운드가 빠를 때도 있지만, 동료들이랑 잡담하는 시간도 꽤 되더라고. 그리하여 대충 '할 만은 하다'라고 결론을 지울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더보기
First day in the office 어우.. 썅.. 오늘 첫 오피스로 출근을 했다. 원래 어제 했어야 했는데, 휴가를 썼다. 휴가도 잘 못 써서 9/6일 휴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9/5일 그러니까 Labor Day에 휴가를 가시겠다고 내놨대. 뭐 여튼 복잡하긴 했어도 어제는 안나왔고 오늘 처음 나왔다. 지난 2년 새 기차표도 모바일로 다 바뀌어서 기차 타는 법도 한참을 연구했다. 그리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대충 짐도 챙겨뒀기 때문에 5시 52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러 출발했다. 그런데 아뿔싸. 회사 badge를 놔두고 온 게다.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가서 책상을 뒤졌다. 안쓰는 카드 모아둔 곳이 있는데, 다행히 거기 있어서 어렵잖게 찾았다. 그러느라 시간이 좀 녹아내렸기 때문에 기차역까지 뛰었다. 안그러면.. 더보기
오피스로 돌아가는 회사원들의 자세 회사가 느닷없이 오피스로 돌아오라는 발표를 한 지 2주가 다 되어 간다. 집안에서 안락하게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메가톤급 충격이었음은 당연지사. 무슨 블랙홀도 아니고 누구하고 업무차 연락을 하면 반드시 이 주제로 대화가 흘러가더라. 난 그리 많은 사람들하고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뭐 더 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다 비슷하더라. 이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뭐 나도 같이 웃을 처지는 아닌데, 이 사태를 마주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대충 정해져 있어서 정리를 해봤다. 1. Management에 읍소한다. 나도 그랬다. 윗분들께 내 사정을 설명하고 풀타임 오피스 대신에 하이브리드로 가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답장을 받은 사람이 드물다. 그나마 안된다는 답이라도 들은 내가 다행인 것인가. .. 더보기
느닷없이 물고기 키우기 원래 난 어항을 하나 들여놓고 싶었다. 집안이 좀 정리되고 가구도 다 자리 잡으면 작은 어항을 하나 사서 네온 테트라 같은 작은 물고기들을 키울 생각이었다. 이미 마누라하고 얘기도 끝났다. 단지 집안이 다 정리되지 않아서, 할 일아 너무 많아서, 저기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세상 일이란 게 꼭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터지는 게 아니지. 지난 주말에 동네 행사가 있어서 갔더니 애들한테 금붕어를 나눠주더라. 당연히 우리 애들도, 집에 어향이 있건 말건, 받아오는 사태가 생겨버렸다. 아무 준비도 안되어 있는 집에 금붕어 두마리가 나타난 게다. 솔직히 주최측에 좀 야속하더라. 저렇게 나눠주는 금붕어들 중에 오늘 끝까지 살아남는 건 얼마 없겠지. 진짜 저러면 안되는 게 아닐까. 인도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 더보기
청천벽력 아 여름은 참 바쁘구나. 그 동안 손님이 두 팀이나 찾아왔다. 큰 집으로 이사하길 정말 잘 했다. 새삼 박XX에게 미안하다. 하필 내가 방 두개짜리 콘도에 살고 있는데, 네 식구를 데리고 시카고를 찾아와서 말이야. 집이 커지니까 누가 와도 부담스럽지도 않고, 상대방도 그럴거고 뭐 좋다. 엊그제 회사에서 아주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오피스로 돌아오란다. 아우 진짜... 뭐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 그래도 매일 오피스로 나오라고 할 줄은 몰랐다. 진짜. 서버브 중에 그나마 출퇴근 좀 편한 델 찾아 왔는데... door-to-door로 한 시간 겨우 끊는데 이게 하루에 두 시간이잖아. 마누라 일하는 날에는 내가 애들 챙겨서 학교고 학원이고 다 보내는데, 출퇴근을 하면 도저히 시간이 나오지 않는.. 더보기
노래 표절에 대한 기억 하나 내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일본에 왕래를 자주 하셨다. 일본에서 뭘 사오시는 경우가 잦았는데, 그 중에 CD가 껴 있었다. 음악 같은 건 안 들으시는 분이시라, 오디오 샀다가 사은품으로 받으신 게 아닌가 싶은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난 들어봤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90년대 말까지도 보통 사람들이 일본 음악 듣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일본 노래 CD를 갖고 있는 사람은 내가 다니는 학교를 다 털어도 나 밖에 없었겠지. 뭐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슨 보물상자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곡이 지나치게 익숙하게 들리더라. 연주곡이었는데, 김원준의 "짧은 다짐"과 흡사했다. 클라이막스 부분의 멜로디가 그냥 똑같더라. 당시의 나는 이게 표절이다 뭐 이런 생각은 못했고, 그냥 신기하다면서 친구들한테.. 더보기
밴쿠버 참 좋구나 특이한 친구가 하나 있다. 다른 애들이 하는 얘길 들어봐도 대충 다 나처럼 생각하더라. 나랑 비슷한 점도 있지만 참 다른 점도 많고 말이지. 그래도 참 좋은 녀석이고 미국 온 이래로 사귄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이다. 이 친구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밴쿠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얘가 지난 10년 간 살아온 도시가 시카고, 런던, 싱가폴, 밴쿠버다. 런던하고 시카고는 두 번씩 살았구나. 참 오지게 돌아다녔네. 그래서 초대된 사람들의 반 이상은 세계 방방 곡곡에서 왔다. 어느 정도였느냐. 결혼식 이틀 전에 신랑 친구들하고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해서 모였는데, 서로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 중 한명이 나하고 전에 런던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있더라.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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