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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세 작가 난 문학 소년이라기보다는 스포츠 팬이었기 때문에, 작가 하면 사직구장에서 각본이 없는 드라마를 심장 쫄깃하게 써내려간 임작가가 생각난다. 허나 오늘은 진짜 소설가에 대한 생각이 났다. 내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작가가 셋 있다. 이문열, 위화, 그리고 하루키이다. 이문열의 글에서는 생생함, 그리고 힘이 두드러진다. 위화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좋다. 슬프기 짝이 없는 비극을 써내려가도 그들을 애정으로 다루는 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하루키는 특유의 감수성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나하고 너무 비슷해서다. 아마도 내 또래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텐데, 나도 하루키의 글을 '상실의 시대'로 처음 접했다. 정말 술술 읽히는 것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구나 싶었지만 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다. 주인공이 나.. 더보기
라라랜드 지난 주말, 애기들 둘이 다 낮잠을 자는 황금 시간 나의 선택은 라라랜드였다. 예전에 너무나 인상 깊게 본 영화라 다시 꼭 보고 싶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꿈과 현실 그리고 사랑이다. 유치하게 꿈을 찾아서 떠나라 뭐 이런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한 때 유행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꼭 이런 식이었는데, 에휴... 뭐.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씨발' 이거였다. 똑같은 이유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도 안좋아한다. 이 영화는 교조적이지 않다. 그냥 꿈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서로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 게 바로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고, 젊은 시절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추억,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더보기
허브 코헨도 짜증낼 협상 부동산을 사고 팔 때 리얼터의 역할이 큰데, 특히 여러 협상을 할 때가 그런 것 같다. 내가 부동산을 많이 사고 팔아본 게 아니라 만나 본 리얼터가 많지 않고, 이건 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어떻게 코캐시언, 중국인, 인도인 이렇게 다 겪어볼 수 있었다. 먼저 백인 리얼터들은 다들 합리적이고 신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무리한 요구는 일절 하지 않더라. 협상을 시작할 때도 합리적인 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쓸 데 없이 이터레이션 숫자만 늘이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협상이 둘 사이에 의견만 맞으면 그만이라지만 아무 거나 막 던질 수는 없다. 그런데 내가 하는 요구가 혹은 상대방이 하는 요구가 충분히 받아들여질만한 선 안에 있는 것인지 모를 때가 많았는데, 이럴 때 리얼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더보기
동계 올림픽을 보며 요즘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외교적으로 뭐가 어쨌다 해도, 올림픽은 운동 선수 커리어의 정점이다. 참가자들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금메달 딴 선수가 한 둘이 아닌데, 아무래도 조명을 조금이라도 더 받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두 사람이다. Chloe Kim, Nathan Chen Chloe Kim은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 이미 금메달을 땄고, 이번에도 금메달을 수성해냈다. 한인 2세이고, 사는 곳은 LA 근처인 것 같다. 그녀의 아버지는 성장한 후에 미국으로 이민 와서 공부하고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고 한다. 딸의 재능을 발견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그녀가 만개하도록 도왔다. 그녀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남자처럼 탄다는 느낌이 났다. 여느 여자 선수.. 더보기
이종범과 선동열 이정후가 지난 시즌 타격왕이 되면서 부자 타격왕을 이뤘단다. 자연스레 이종범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보다 열살 스무살 어린 야구팬들은 이종범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종범과 선동열은 롯데 팬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먼저 선동열 이야기를 해보자면, 진짜 몸 푸는 것만 봐도 좆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가 해태보다 약팀이었으니까 경기를 보면 대충 다 지고 있다. 그런데 뭔가 불씨가 살아날 것 같으면 선동열이 몸을 풀었다. 그럼 뭔가 분했다. 불행한 예감도 엄습해왔다. 그리고 결과도 똑같고 말이지. 나중에는 선동열이 몸을 풀면 난 욕하면서 TV를 껐다. 롯데 타자들이야 당연히 그에 상대도 안됐고, 롯데 투수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벼볼 구석이 .. 더보기
첫째의 잊지 못할 표정 그냥 예전 일이 하나 생각났다. 우리 둘째는 음식을 먹다가 뱉는 습관이 있었다. 더 맛있는 음식이 나타났다거나, 이제 그만 먹고 싶을 때는 입에 있는 걸 그냥 뱉아버린다. 처음엔 아무데나 뱉았는데 교육을 그나마 시켜서 아빠를 부르고 아빠 손에 뱉는다. 이러는 게 청소하기가 편하다. 그 날도 그랬다. 사과를 줬는데 한참을 먹더니 내 손에 뱉더라. 그래서 내가 그걸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소파에 앉았지. 그러니까 첫째가 와서 내 무릎에 앉았다. 둘째도 혼자 잘 놀고 첫째도 책을 잘 보고 있는데, 손에 사과 조각이 아직 붙어 있는 걸 봤다. 아까 깨끗하게 버린다고 했는데 아니었나보지. 첫째가 무릎 위에 앉아 있는데 또 쓰레기통에 가기 귀찮아서 그냥 먹었다. 좀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만, 아빠 돼 보.. 더보기
새 동네에 적응하는 과정인 건가 나이가 좀 있는 집에 이사를 들어와보니 정말 고칠 게 많다. 문제도 많고, 꼭 뭐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더라도 그냥 페인트 색깔 바꾸고, 스프린클러 잔디에 깔고 등등 이런 것들 하나하나 다 사람을 써야 하니 연락을 해볼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나만 그런 건 아니지만, 진짜 사람이 안 구해진다. 연락을 해도 답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스프린클러 업체는 예전 집주인 아저씨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두달 째 한번 와 보겠다 소리만 하다가 이제는 답장도 안온다. 뭐 백그라운드는 이 정도 하고. 난 어째 예전 집주인을 알게 됐다. 이 아저씨가 이사 오자마자 해야 할 일도 세세하게 알려줬고 내게 어린 아이들이 있는 걸 알고는 아이들용 가구도 제법 남겨주고 말이지. 신경 써주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그.. 더보기
코로나가 실물 경제에 진짜 타격이긴 했나 얼마 전에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네 식구가 모였는데 다들 뭐 일은 어찌 되어가고 있냐 이런 걸 물어봤지. 코로나로 사업 환경이 바뀌었을테니 뭐 어렵진 않냐는 말이다. 그런데 이 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명만 lock down이던 시절에 조금 그랬었다고 하고, 나머지는 다 아무 영향이 없거나 더 좋아졌단다. 이들 외에 내 지인들은 어쩌고 있을까 생각해봤다. 내 친구들 중에 직접 사업 굴리는 사람이 얼마 안되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딱 두 명 생각나더라. 사람들은 그냥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괴멸적인 타격을 본 동네도 많다. 그런데 그게 진짜 내 생각처럼 거대한 재앙이었느냐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네. 지난 2009년 금융위기도 큰 재앙이었다.. 더보기
미국 단독주택에 대한 감상과 나의 다짐 한국은 대충 아파트가 주류 주거 형태인데, 미국에서 집이라고 하면 보통 떠올리는게 single family house라고 하는 단독주택이다. 나도 이런 곳으로 이사를 나와서 살고 있는데, 대충 느낀 바가 있어서 정리를 해봤다. 이 single family house의 구조는 어느 정도 정형화가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지하, 1층, 2층 이렇게 3개 층으로 되어 있고, 각 층마다 쓰임새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한국의 단독 주택도 비스무리한 구조를 갖고 있긴 하나 쓰임새를 이렇게 분명히 나눠놓지는 않은 것 같다. 그보다 단독주택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한국 사람이 미국의 아는 사람 집에 방문한다면 아파트 살던 사람이 단독 주택을 구경가게 되기 때문에 각 층의 쓰임새를 잘 알고 가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 더보기
MBTI 심리학으로 석사까지 하고 정신과에서 일하던 친구가 있었다. 얘가 갑자기 나에게 엉뚱한 제안을 하나 했다. 전문적인 테스트를 해줄테니 자기한테 받으라는 거다. 그 테스트 중에 하나가 MBTI인데, 당연하겠지만 십수년 전의 난 이게 뭔지 전혀 몰랐다. 이것 말고도 서너개 더 했다. 원래는 IQ 테스트까지 포함시키려 했으나 완강히 거부했다. 고등학교에서 받는 검사 따위가 아니라 더 정확한 거라는데, 아이고 내가 토플점수를 알려줬음 알려줬지 IQ를 친구한테 까발려지고 싶진 않았다. 검사 하나 하나가 다 꽤 비싼데 그걸 공짜로 해줬으니 아주 고맙게는 생각했다. MBTI의 결과는 ISTP로 나왔다. 대충 여기에 대해서 알아보니 나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게 내 성격을 알려주는 건 절대 아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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